부산일보 맛집

부산진구 아까돔보 - 놋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초계면’ 쉽게 불지 않는 치자 열매로 면 뽑아

메뉴 초계면 2만 원
업종 일식/횟집 글쓴이 펀부산
주소 부산 부산진구 부전로 58-1(부전동) 전화번호 051-926-1259
영업시간 휴무
찾아가는법 주차
등록 및 수정일 20-06-02 평점/조회수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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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부산진구 서면 이자까야 ‘아까돔보’의 음식은 술안주가 아니라 하나의 음식이다.


한때 일본식 선술집, 이자까야가 꽤 유행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다다미방을 본뜬 듯한 가게도 생겼고, 회와 탕은 물론 꼬지도 팔고 어묵도 파는 퓨전식 이자까야도 등장했다. 

 

부산에선 유독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 이자까야가 많았다. 이자까야는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적당히 분위기 잡으며 술 한잔 걸치기엔 꽤 가성비 좋은 모임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서면에서도 그 많던 이자까야가 많이 사라졌다. 불경기도 이유겠지만, 유행이 지나면서 이자까야의 분위기가 더는 새롭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이자까야가 있다. 유행과 상관없이 맛으로 손님을 모은 게 생존비결일 듯하다.

 

롯데백화점 인근 위치 단골이 90%

놋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초계면’

쉽게 불지 않는 치자 열매로 면 뽑아

회 식감 살리기 위해 두껍게 썰어

결 반대로 썰어 식감 살린 참치회

쫀득쫀득한 식감 군소회 ‘인상적’

아귀지리 해장으로 안주로도 ‘딱’


롯데백화점 뒤편 ‘아까돔보’를 찾았다. 26평 남짓한 실내에 좌석 30석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탕의 맛과 두꺼운 사시미 등으로 일본식 선술집 애호가에게 꽤 유명한 곳이다. 일단 일본에서 들여온 독자브랜드인 ‘아까돔보 사케’를 먼저 시켰다. 이어서 날도 더운데 배도 출출해 초계면을 주문했다.

 

초계면.
▲ 초계면.

커다란 놋그릇에 짙은 색의 국과 얼음이 한가득 담겨 나온다. 노란 빛깔의 면 위로 피망과 오이 등이 얹어져 있다. 놋그릇은 초계면의 시원함을 오래 유지하기 좋아 별도로 주문 제작한 것이다. 엄기준 대표는 “3~4명이 배불리 먹기에 좋아서인지, 날이 더워지면 식사 겸 술안주로 찾는 사람이 많다”며 “낮에 이것만 식사 메뉴로 만들어 팔면 안 되겠냐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국물을 한 스푼 떠먹으면, 시원함과 동시에 감칠맛이 전달된다. 간장을 기본으로 하는 국은 메밀국수 소스의 느낌같지만, 은은한 감칠맛은 튀김소스의 느낌도 준다. 여기에 겨자의 쏘는 맛도 잘 배어 있다. 메밀국수를 말아 먹어도 별미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국물은 엄 대표가 주방에서 직접 만든 거다.

 

국물의 감칠맛에 젖은 닭고기는 부드럽게 넘어가고, 면발은 탱탱하다. 엄 대표는 “면은 밀가루로 만든 게 아니라, 치자 열매로 만든 치자국수다”며 “술안주다 보니 오래 두고 먹는데, 치자국수가 면발이 불지 않고 가장 오래가더라”고 말했다.

 

아까돔보는 2014년에 문을 열었다. 이자까야 붐의 막바지였지만, 금세 자리를 잡았다. 맛 때문이었다. 안주를 받아와 적당히 해동과 조리를 해 술과 함께 내놓는 이자까야도 있지만, 아까돔보의 안주는 요리로 취급되고 있다. 엄 대표는 “요리사인데 당연히 음식에 정성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일식집 고급음식을 내놓는다는 각오로 요리를 연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경력을 보면 이 말이 빈말은 아닌듯싶다. 32년째 횟집, 일식집 등 요식업에서 종사했고, 한국조리사협회 부산지회 부회장을 비롯해 여러 요리연구회 간부를 역임했다. 최근엔 부산시조리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인데 요리가 엉망이면 본인 스스로 못 견딜 것 같기도 하다. 엄 대표는 “불경기이지만, 그래도 단골손님이 계속 찾아온다. 손님 90% 가까이는 단골이다”고 말했다.


초계면.
▲ 초계면.

일식 요리에서 회를 먹지 않으면 섭섭하다. 모둠 사시미의 기본적인 특징은 회가 두껍다는 거다. 엄 대표는 회의 질감을 느끼기 좋아 두꺼운 회를 선호한다고 한다. 참돔으로 만든 유비끼는 불에 살짝 익혀 부드러움과 불맛이 조화롭다. 군소회도 나오는데, 쫀득쫀득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회들 사이에서 홍일점 같은 역할을 해준다.

 

참치회는 두껍지만 부드러움이 유지가 돼 혀에 감기는 맛이 있다. 엄 대표는 “보통의 회는 결 따라 칼질을 해야 하지만 참치는 반대로 힘줄을 끊으면서 썰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귀지리.
▲ 아귀지리.

아귀지리는 술을 마시기 위한 음식이다. 칼칼한 국물이 해장에 딱이다. 술과 곁들이면, 취하고 깨고 취하고 깨고를 반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엄 대표는 별도 소스 없이 국물의 시원함을 우려낸다고 한다.

 

아귀를 건져 소스에 찍어 먹으면, 쫀득한 식감과 함께 새콤달콤한 향이 퍼진다. 엄 대표가 만든 소스가 비결이다. 이 소스에는 식초와 함께 유자를 곁들여, 신선한 유자향이 난다.

 

아까돔보는 고추잠자리를 뜻하는데, 일본에선 신성시되는 곤충이기도 하다. 아까돔보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요즘 엄 대표는 가계 정리 뒤 쪽잠을 자고 대학에 가 국가 인정 최고 조리사격증인 기능장 취득에 필요한 전문 요리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한다.

 

▶아까돔보/부산 부산진구 부전로 58-1(부전동)/초계면 2만 원, 우럭 매운탕 2만 5000원, 메로구이 2만 5000원, 사시미 4만 원(대 6만 원) 등/051-926-1259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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